산업경제분석
전환기 국내 자동차산업의 연료유형별 시장 구조와 정책 과제
요 약
본고는 최근 20년간의 국내 자동차 판매 데이터를 연료유형별로 분해하여 시장 구조의 변화를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전동화 전환을 주관하는 두 부처의 정책 기조를 비교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총판매량 기준으로는 성숙·안정화 단계에 있으나, 연료유형별 판매량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내연기관차 점유율은 2020년 89.9%에서 2025년 57.4%로 급락한 반면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비중은 각각 28.5%와 14.1%로 크게 확대되어, 세 연료유형은 같은 시장 안에서 성숙·축소, 전환기 성장, 초기 확산이라는 서로 다른 생애주기 단계를 동시에 걷고 있다. 전동화 정책을 주관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는 전환의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 수단과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수요 견인형 정책을 중심으로 완전 무공해차로의 전환을 최종 목표로 삼는 반면, 산업통상부는 부품기업 지원 등 공급 측 생태계의 점진적 전환을 기조로 하며 하이브리드차를 과도기 기술로 수용한다. 이러한 진단을 바탕으로 본고는 연료유형별 생애주기 비대칭성을 반영한 차별화된 정책 설계, 장기 전환 시나리오에 기반한 범부처 전환 타임라인의 공식화, 수요 측 보급 목표와 공급 측 부품기업 전환 지원 간의 시간적 정합성 확보를 정책 과제로 제시한다.
1. 서론
자동차산업은 오랫동안 한국 제조업의 핵심축으로 기능해 왔다. 1960년대 정부 주도의 육성으로 출발해 1986년 미국 수출을 계기로 생산국으로 도약하였고, 1990년대 이후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모델을 앞세워 국내외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 자동차산업은 국내 제조업 생산의 10% 이상, 수출의 10~15%를 꾸준히 담당해 왔다. 연간 생산량이 300만~400만 대를 상회하고 수출액이 수백억 달러 규모에 이르게 되면서 자동차산업은 1차 협력사부터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이르기까지 두터운 생태계가 형성되었고, 에너지·금융·물류·서비스 등 연관 산업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치는 핵심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자동차산업의 기술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면서 내연기관차(Internal Combustion Engine, ICE) 중심의 구조가 하이브리드차(Hybrid Electric Vehicle, HEV)·전기차(Electric Vehicle, EV) 등 친환경·전동화 차량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주요국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계획, 전기차 보급목표 상향,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며 배터리 제조, 전기·전자 부품, 충전 인프라 등 새로운 부문이 빠르게 성장하는 한편 기존 내연기관 부품기업의 전환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는 차종과 모델의 변화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 재편을 수반하는 대전환이다.
이러한 전환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동차 시장의 내부 구조를 연료유형 단위로 세분화해 분석한 연구는 충분하지 않다. 기존 분석이 총생산량·판매량·수출액 같은 총량 지표에 집중해 온 탓에, 연료유형별 성장 경로의 이질성과 그것이 산업 구조에 갖는 함의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전동화 정책에 관한 논의 역시 기후에너지환경부 또는 산업통상부의 정책을 개별적으로 검토하는 데 그쳐, 두 부처의 정책 기조를 체계적으로 비교한 연구는 드물다.
이에 본고는 국내 자동차산업을 연료유형별로 분해하여 시장 구조의 변화를 진단하고, 전동화 전환을 주관하는 두 부처의 정책 기조를 비교한다. 내수 시장은 정부정책이 직접 작용하는 영역인 만큼 연료유형별 수요 구조와 이를 형성하는 부처별 정책 기조를 함께 살피기에 적합하다. 분석은 세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자동차산업을 연료유형별로 분해해 각 유형이 놓인 생애주기 단계를 진단한다. 다음으로 전동화 전환을 주관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의 정책을 나누어 정리하고, 두 부처의 기조가 어디에서 같고 어디에서 갈라지는지 비교한다. 끝으로 연료유형 전환의 단계와 속도에 정합적인 정책 설계의 방향을 정책 과제로 제시한다.
2. 국내 자동차산업의 현황 및 구조적 전환
(1) 자동차 시장 전체의 성숙화
국내 자동차 시장은 외형상 성숙 단계에 있다. 2004년 88만 대에 불과하던 국내 자동차 판매는 2015년 157만 대까지 확대되며 연평균 5.4%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2015년을 기점으로 성장동력이 약해지면서 이후 140만~160만 대 범위에서 등락하는 패턴이 굳어졌다.
코로나19 확산기인 2020년에 일시적으로 163만 대를 기록했으나, 2021~2024년에는 공급 차질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전동화 전환 과정의 수요 조정이 겹치며 판매가 둔화되었다. 2025년에는 전년 대비 5.1% 늘어난 151만 대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를 고성장 국면으로의 재진입으로 보기는 어렵다. 2016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은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2015~2025년 연평균 판매가 약 152만 대에 머문다는 점은 전체 수요가 장기 평균에 수렴하는 저성장·안정화 국면임을 시사한다. <그림 1>의 총량 지표만 보면 자동차산업은 변화가 크지 않은 정체된 성숙 산업으로 비친다.
(2) 자동차산업 내 연료유형의 전환
총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시장 내부의 연료유형 구성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전환의 방향과 속도는 연료유형마다 뚜렷이 다르며, 이는 유형별 성장세의 차이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1) 내연기관차(ICE): 성숙·축소 단계
전통적인 연료유형인 내연기관차의 판매는 2020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20년 89.9%였던 내연기관차의 시장점유율은 2025년 57.4%로 5년 만에 32.5%포인트 하락하였다. 2025년에는 전체 판매가 전년 대비 5.1% 증가하는 동안 내연기관차의 판매는 오히려 6.4% 감소하였다. 이는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연료유형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2025년 내연기관차의 모델 수는 171개로 세 연료유형 중 가장 많고, 상위 10개 모델의 집중도는 48.5%로 가장 낮아, 다양한 차급과 수요층을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연기관차는 이미 성숙·축소 단계에 들어섰으나 단기간에 사라지는 유형이 아니라 잔존 수요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2) 하이브리드차(HEV): 전환기 기술로서의 성장 단계
전동화에 속하는 하이브리드차는 세 연료유형 중 가장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표 1>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2015년 4만 대에서 2025년 43만 대로 10배 이상 늘었고, 판매 비중도 같은 기간 2.5%에서 28.5%로 크게 높아졌다. 연평균 판매량이 꾸준히 상승하는 유일한 유형이기도 하다.
하이브리드차 수요는 기아의 쏘렌토·카니발, 현대 산타페·그랜저·펠리세이드 등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의 중·대형 패밀리 차종에 고르게 분산되어 있으나, 이들 모델이 전체 하이브리드차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즉, 하이브리드차의 높은 모델 집중도는 단일 외국 브랜드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국내 주력 수요층이 대중 모델의 하이브리드 옵션을 선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충전 부담 없이 연비를 개선한다는 실용적 장점이 수요 기반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전기차(EV): 캐즘 극복 후 재확산
전기차는 2020년 1.7%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이 2025년 14.1%로 급격히 확대되었다. 2023~2024년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은 뒤 2025년 전년 대비 59.4% 증가한 21만 대를 기록하며 재확산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2025년 전기차의 판매는 98개 모델에 분산되어 있으나 상위 10개 모델이 68.6%를 차지하고, 테슬라의 Model Y 하나의 모델이 23.8%를 차지하는 소수 모델 중심의 확산 구조를 보인다. 이는 특정 모델의 출시 일정이나 보조금 정책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는 뜻으로, 전기차 시장이 아직 확산 초기 단계에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세 연료유형은 같은 시장 안에서 전혀 다른 성장 경로를 그리고 있다. 총량의 안정성은 내연기관차의 축소를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의 성장이 상쇄하는 구조에서 비롯되며, 이 구조적 대체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총판매량 추세만으로 산업을 평가하면 연료유형 전환의 속도와 방향을 놓치기 쉽다. 본고는 이러한 생애주기 단계의 이질성을 뒤에서 수요·보급 지수로 정량화하고, 장기 전환 시나리오와 함께 정책 논의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국내 자동차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에 주요 부처 간 정책의 큰 방향이 동일한지, 혹은 방향성에 차이가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 연도 | 판매 대수(천 대) | 전년 대비 증감률(%) | 비중(%) | ||||||||
|---|---|---|---|---|---|---|---|---|---|---|---|
| 전체 | ICE | HEV | EV | 전체 | ICE | HEV | EV | ICE | HEV | EV | |
| 2004 | 881 | 881 | - | - | - | - | - | - | 100.0 | 0.0 | 0.0 |
| 2010 | 1,308 | 1,302 | 6 | - | 5.9 | 5.9 | - | - | 99.5 | 0.5 | 0.0 |
| 2015 | 1,571 | 1,529 | 39 | 3 | 11.4 | 11.3 | 8.4 | 179.3 | 97.3 | 2.5 | 0.2 |
| 2020 | 1,633 | 1,468 | 137 | 27 | 6.5 | 4.5 | 41.3 | -15.0 | 89.9 | 8.4 | 1.7 |
| 2021 | 1,472 | 1,249 | 153 | 70 | -9.9 | -15.0 | 11.7 | 156.8 | 84.9 | 10.4 | 4.7 |
| 2022 | 1,430 | 1,113 | 199 | 118 | -2.8 | -10.9 | 29.8 | 69.3 | 77.8 | 13.9 | 8.3 |
| 2023 | 1,480 | 1,069 | 304 | 107 | 3.5 | -4.0 | 53.0 | -9.7 | 72.2 | 20.6 | 7.2 |
| 2024 | 1,435 | 926 | 377 | 133 | -3.0 | -13.4 | 23.9 | 24.7 | 64.5 | 26.2 | 9.3 |
| 2025 | 1,508 | 866 | 430 | 212 | 5.1 | -6.4 | 14.1 | 59.4 | 57.4 | 28.5 | 14.1 |
자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의 자동차 판매자료를 이용하여 저자 작성.
주: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ICE, HEV, EV를 합산한 수치이며, FCEV는 제외.
3. 국내 자동차 전환 정책 방향
(1) 기후에너지환경부: 무공해차 전환 가속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탄소중립이라는 상위 목표 아래 무공해차 보급 가속을 자동차 정책의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 여기서 무공해차란 대기환경보전법상 제1종 저공해자동차로, 전기차·수소차가 해당한다. 무공해차는 하이브리드차(제2종), LPG·CNG차(제3종)를 포함하는 저공해차의 하위 범주로, 저공해차 중에서도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차량만을 지칭한다. 이 기조의 중심에는 ‘연간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목표’와 전기차 구매보조금 제도, 공공부문 의무구매 제도 등이 있다.
1) 무공해차 보급목표 강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연간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목표’는 일정 규모 이상을 판매하는 완성차 제조·수입사에 매년 일정 비율 이상의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하고, 목표 미달 시 기여금을 부과하는 규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1월 고시 개정을 통해 무공해차 보급을 위한 목표 수준을 강화하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저·무공해차 판매 비중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하여 2026년 28%, 2028년 36%, 2030년 50%까지 확대하였다. 주목할 점은 기존에는 저공해차 초과 실적을 무공해차 실적 달성에 일부 활용할 수 있었던 반면, 2028년부터는 전기차·수소차 판매실적으로 무공해차 목표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2020년대 후반부터는 무공해차 중심의 단일 목표 체계로 전환됨을 뜻한다.
2) 전기차 구매보조금 체계의 성능 중심 개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 근거한 전기차 구매보조금 체계를 매년 개편하며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 핵심 기조는 단순 지급에서 벗어난 성능·안전 기준의 차등 지급이다. 2025년 전기승용차의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에 따른 추가 지원 기준을 400㎞에서 440㎞로, 고속충전 30만 원 추가 지원 기준은 200㎾에서 250㎾로 상향하였다. 이처럼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 기준을 단계적으로 상향하여 성능이 우수한 차량에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고 기준 미달 차량은 삭감함으로써 제조사의 기술 혁신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잇따른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높아진 소비자 안전 우려에 대응하여 배터리 안전보조금 제도 또한 강화되었다. 기존에는 차량정보수집장치(On-Board Diagnostics II, OBD-II)를 탑재한 차량에 2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2025년부터는 배터리의 충전 정보, 주차 중 이상감지 및 알림 기능을 갖춘 차량에 50만 원의 안전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2026년도 개편에서는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전환을 직접 촉진하는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었다. 이에 2026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예산은 전기승용차 7,800억 원, 전기승합차 2,795억 원, 전기화물차 3,583억 원에 신규 편성된 전환지원금 1,775억 원을 포함하여 총 1조 5,953억 원으로 확대되었다. 신설된 전환지원금은 최초 출고 후 3년 이상 경과한 내연기관차를 보유한 소비자가 이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새로 구매할 경우 최대 100만 원을 추가 지원하는 제도이다. 주목할 점은 현재 저공해자동차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차가 지원 대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다는 것이다. 이는 하이브리드차로의 전환을 진정한 전동화 전환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정책 입장을 제도적으로 분명히 한 조치로 해석된다.
3) 충전 인프라 확충 및 전기차 안전 관리 강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전기차 보급의 핵심 인프라인 충전시설 확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관련 정책은 크게 인프라 확충과 안전 강화로 나뉜다.
인프라 확충 측면에서는 2025년에는 노후 공동주택이나 대형마트처럼 급속 충전 수요가 큰 도심 밀집 지역에 급속 충전기 설치를 늘리는 방향으로 지원 체계를 마련했다. 또한 2022~2024년 2,000만 원 수준이었던 급속(100㎾) 충전기 보조금을 2025년 2,600만 원으로 확대했다. 중장기적으로는 2026년 ‘전기·수소 모빌리티 인프라펀드 사업’을 신설해 민관 공동 펀드 운용으로 충전 기반시설 투자 구조를 형성하고자 하였다.
안전 강화 측면에서는 충전 인프라의 운영 및 화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이뤄졌다. 2025년 급속충전시설 보조사업 지침 개정을 통해 충전기 설치사업자의 유지보수 의무를 강화해, 정기점검 결과를 제출하지 않거나 점검이 미흡해 운영시간이 95%에 미치지 못하면 차년도 사업 선정에서 불이익을 주도록 했다.
4) 공공부문 무공해차 구매 의무화
2020년부터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신규 차량 구매·임차 시 무공해차를 구매하도록 의무화하여 무공해차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최근 개정 고시를 통해 전기·수소차의 실적 산정 기준도 강화했다. 승용차 기준 전기차는 2025년부터, 수소차는 2026년부터 실적 산정 가중치를 기존 1.5~2.0에서 1.0으로 강화하였다. 예컨대 전기차 1대 구매를 종전에는 1.5대로 인정해주었다면 개정 이후에는 1대로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신규 차량을 무공해차인 전기차·수소차로 구매·임차해야 실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하였다.
5) 전기차 화재 우려 해소 노력
2026년부터 전기차 화재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성 보험인 전기차 화재안심보험이 도입되었다. 최초 전기차 등록 후 10년 이내 전기차의 화재 사고를 보상하는 보험으로, 주차나 충전 도중 발생한 화재로 제3자 배상 책임 손해가 기존 보험 보상한도를 초과할 경우 사고당 최대 100억 원을 보상한다는 내용이다. 2026년부터 3년간 운영되며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전기차 제작·수입사가 보험료를 분담하는 구조이다. 의무 참여 대상은 당해연도 전기차 보조금을 지원받는 차량의 제작·수입사이며, 2026년 7월부터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업체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어 사실상 강제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2) 산업통상부: 단계적인 전동화 전환 전략
산업통상부는 전동화의 흐름을 수용하되, 급진적 전환보다 자동차산업 생태계 전반의 연착륙을 정책 기조로 삼는다. 국내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 부품산업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전환 속도보다 산업 기반의 안정적 연착륙을 우선시하는 접근이다.
1) 미래 자동차 부품산업 생태계 전환 지원
산업통상부는 2024년 미래자동차 부품산업의 전환촉진 및 생태계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하 미래자동차부품산업법)을 본격 시행함으로써 생태계 전환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 자동차와 자율주행·녹색기술·정보통신기술·SW융합 등 미래 기술이 적용된 자동차를 지원 대상으로 하며, 내연기관 부품 기업의 미래차 전환을 위한 사업재편, R&D 연계, 설비투자 지원 등을 뒷받침한다.
2026년 5월에는 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 공동 주재로 민관 18개 기관이 참여한 ‘미래차 부품산업 협의체’가 출범해, 부품업계의 애로사항을 발굴하고 미래차 생태계 전환을 지원하는 정책 과제를 논의하였다. 2026년도 금융 지원의 규모는 부품업계 체질 개선에 9조 7,000억 원, 미래·자율주행차 산업 육성에 8조 3,000억 원에 달하며,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향후 5년간 모빌리티 분야에 15조 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2) 친환경차 부품기업 대상 금융 지원
2026년 산업통상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부품기업에 저리 융자와 대출이자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차로의 전환 과정에서 부품기업이 겪을 수 있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친환경차 부품산업으로의 전환을 금융 측면에서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이다.
친환경차 부품을 개발·제작·조립하는 중소·중견 기업이 지원 대상이며, 지원 범위는 기계·생산설비 등 시설 투자와 친환경차 부품 사업 추진 과정의 M&A, R&D와 관련 자금을 포괄한다. 기업당 최대 100억 원의 한도 내에서 정부가 대출이자를 지원한다.
3) 민간기업의 전기·수소차 구매목표제
산업통상부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22년부터 택시·시내버스·화물차 운송사업자와 공시대상기업에 전기·수소차 구매목표를 부여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 구매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다. 2026년 기준 전기·수소차의 연간 구매목표 비율은 시내버스 운송사업자 6% 이상, 일반택시 운송사업자 7% 이상, 자동차대여사업자 및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 13% 이상,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20%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산업통상부는 매년 시행계획 공고 때 대상 기업 명단을 함께 공개하며 제도 운영은 한국에너지공단에 위탁하고 있다. 대상 기업은 당해 구매계획서를 제출하고 목표 비율에 맞게 전기·수소차를 구매하거나 임차해야 한다.
(3) 종합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의 자동차 정책 기조는 근본적으로 각 부처가 추구하는 목표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탄소중립을, 산업통상부는 산업 경쟁력 유지·강화를 우선 목표로 삼는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두 부처가 전동화 전환의 필요성을 함께 인식한다는 점에서 자동차 정책의 큰 방향성은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환의 수단이나 속도에서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1) 정책 수단의 성격
두 부처는 고유 역할이 다른 만큼 정책의 성격도 다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자동차 소비자와 판매자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갈 수 있는 정책을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원, 공공부문 의무구매, 저·무공해차 보급목표제, 화재 우려 해소 정책 등이 대표적이며, 재정 지원과 규제를 병행해 시장 내 무공해차 수요를 끌어당기는 방식이다.
반면 산업통상부는 산업 경쟁력 유지·강화와 생태계의 점진적 전환을 위해 공급자 중심의 지원 정책에 무게를 둔다. 부품기업에 대한 사업재편·설비투자 지원, R&D·금융 비용 지원 등이 그 예이다. 산업통상부는 전반적으로 전동화 보급 확대보다 산업 구조 측면에서 부품기업의 전환과 기술 역량 확보에 초점을 둔 정책 기조라 할 수 있다.
다만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공공부문 무공해차 의무구매’와 산업통상부의 민간 대상 ‘환경친화적 자동차 구매목표제’는 모두 수요 측에 직접 작용하지만, 적용 대상이 각각 공공부문과 민간 산업계로 구분된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2)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인식
두 부처의 차이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인식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산업통상부는 하이브리드차를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핵심 기술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내연기관 부품기업이 전기차 중심 생태계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완충재의 역할을 한다는 시각이다. 미래자동차부품산업법과 친환경차 부품기업 대상 이차보전 정책 등에서 하이브리드차 관련 기업을 지원 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한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하이브리드차를 탄소중립 목표의 최종 목적지로 간주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을 병용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므로 무공해차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구매 의무 이행에서 전기차는 2025년부터, 수소차는 2026년부터 기존에 부여하던 가중치 환산 비율(1.5~2.0)을 1.0으로 일원화하여 사실상 무공해차 중심으로 목표를 설정했고, 2026년에 신설된 전환지원금 제도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명시적으로 제외했다. 하이브리드차로의 전환을 진정한 전동화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제도적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4. 정책 시사점
앞서 본고는 국내 자동차 시장이 총량 기준으로는 성숙·안정화 단계에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연료유형별로 이질적인 생애주기 경로가 동시에 전개되는 구조적 전환 국면에 있음을, 또 두 주관 부처가 전동화 전환의 필요성은 공유하면서도 정책 수단과 하이브리드차 인식에서 차이를 보임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 가지 정책 시사점을 도출한다.
(1) 연료유형별 생애주기 단계의 비대칭성과 차별화된 정책 설계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은 단일한 성장 경로를 따르는 산업으로 보기 어렵다. 동일한 시장 내에서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가 서로 다른 생애주기 단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질성은 정성적 관찰에 그치지 않고 수요·보급 지수(Demand and Adoption Index)로도 정량적으로 확인된다.
2025년 기준 전체 시장의 수요·보급 지수는 90.0으로 성숙 단계에 진입한 산업의 전형적 수치를 보인다. 연료유형별로는 내연기관차 80.8, 하이브리드차 54.1, 전기차 41.2로 산출되며, 내연기관차의 성숙·축소, 하이브리드차의 전환기 성장, 전기차의 초기 확산이라는 세 단계가 한 시장에 공존함을 보여준다.
생애주기 단계의 비대칭성은 각 연료유형이 직면한 정책 과제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연기관차는 판매 비중이 빠르게 축소되고 있으나, 1차 협력사부터 소재·부품 기업까지 기존 공급망이 내연기관 부품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주목할 점은 내연기관차의 수요 측 축소가 정책 개입 없이도 이미 구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내연기관차 판매는 전체 시장이 5.1% 늘어나는 동안 오히려 6.4% 감소하였고, 시장점유율은 2020~2025년 사이 32.5%포인트 하락하였다. 장기 시나리오상으로도 2050년 잔존 비중이 10.3% 수준으로 추정되어, 시장에서 자연 축소되는 경로와 일정 규모의 잔존 수요가 함께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그림 3> 참조).
반면 공급 측에서는 내연기관 부품에 특화된 다수의 중소·중견 기업이 직접적인 전환 부담에 노출되어 있다. 부품산업의 사업 전환은 설비투자와 기술 학습, 공급망 재편을 수반해 시장의 수요 조정 속도와 동일한 시간축에서 움직이기 어렵다. 즉, 내연기관차의 수요 측 조정은 시장 메커니즘으로 이미 진행되고 있는 반면, 공급 측 부품산업의 전환은 별도의 정책적 매개 없이는 적정 속도를 확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내연기관차 정책의 핵심 과제는 추가적인 수요 감축이 아니라 공급 측 부품산업의 전환을 안정적으로 매개하는 데 있다. 수요 축소가 부품산업의 적응 속도를 넘어서면 기존 산업 기반은 무너지고 미래차 역량 축적은 지연되는 이중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전환기 기술로서 가장 안정적인 성장 단계에 있으나, 2025년 비중 28.5%는 장기 기준 시나리오의 피크 비중인 33% 수준에 이미 근접한 상태이다. 단기적으로 성장을 이어가더라도 중기에는 피크를 지나 완만한 축소 국면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은 하이브리드차 정책이 단기 확대 지원과 장기 축소 경로를 동시에 포함하는 이원적 구조를 가져야 함을 뜻한다. 현재 산업통상부의 단기 지원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명시적 배제라는 양극화된 접근은 하이브리드차의 전환기적 성격을 정합적으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전기차는 2025년 비중 14.1%에서 장기 보급률 60% 이상으로 확대될 여지가 가장 큰 세그먼트다. 그러나 상위 10개 모델이 판매의 68.6%를, 테슬라 Model Y 한 모델이 23.8%를 차지하는 집중 구조는 전기차 시장이 여전히 보조금, 신차 출시, 충전 인프라 같은 외생적 요인에 민감한 초기 확산 단계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기차 정책의 핵심은 일률적 보급 확대보다 확산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두어야 한다. 보조금의 성능별 차등 지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은 이 방향에 부합하나, 보조금 정책 변화에 따른 단기 수요 변동을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2) 장기 전환 경로에 기반한 정책 타임라인의 공식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산업통상부는 각각 무공해차 보급목표 달성과 부품 생태계 전환에 정책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는 각 부처의 목표에 따른 합리적 분업이지만, 정책 수단의 성격과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인해 시장에 상충된 신호가 전달될 수 있다. 이러한 신호는 완성차 제조사와 부품기업의 장기 투자 결정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며, 특히 설비투자 회수 기간이 긴 부품 산업에서 의사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단기·중기·장기 시점별 연료유형 전환 타임라인을 범부처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장기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비중은 2025년 57.4%에서 2030년 40.2%, 2040년 17.5%, 2050년 10.3%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하락하고, 전기차 비중은 같은 기간 14.1%에서 27.1%, 53.2%, 65.7%로 확대된다. 하이브리드차 비중은 2030년 32.7% 수준에서 피크를 이룬 뒤 2050년 24.1%까지 완만하게 줄어드는 경로를 보인다(<표 2> 참조).
| 연도 | 판매 대수(천 대) | 비중(%) | |||||
|---|---|---|---|---|---|---|---|
| 전체 | ICE | HEV | EV | ICE | HEV | EV | |
| 2025 | 1,508 | 866 | 430 | 212 | 57.4 | 28.5 | 14.1 |
| 2030 | 1,560 | 627 | 510 | 423 | 40.2 | 32.7 | 27.1 |
| 2040 | 1,550 | 272 | 453 | 825 | 17.5 | 29.2 | 53.2 |
| 2050 | 1,520 | 156 | 366 | 999 | 10.3 | 24.1 | 65.7 |
자료: 저자 작성.
주: 1) FCEV는 제외. 2) 장기 전망은 xEV(HEV+EV) 비중과 xEV 내부 EV 비중을 각각 로지스틱 함수로 전망한 이중 함수 구조에 기반.
이 경로는 정책 타임라인 설계의 정량적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단기(2025~2030년)는 전기차 확산 기반 구축과 하이브리드차의 전환기 역할 인정이 병행되는 시기로 설정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충전 인프라와 배터리 안전 등 전기차 확산의 외생적 제약을 완화하는 한편, 하이브리드차 지원의 단계적 축소 시점을 사전에 미리 공표해 부품산업의 전환 일정과 맞출 필요가 있다. 중기(2030~2040년)는 전기차가 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르는 단계로, 하이브리드차 지원의 점진적 축소와 부품산업의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되는 시기이다. 장기(2040~2050년)는 전기차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완성되는 단계로, 잔존 내연기관차에 대한 부품 공급 안정성을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3) 수요 측 보급목표와 공급 측 전환 타임라인의 정합성 확보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보급목표 정책은 시장의 수요 측에 직접 작용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보급목표제의 단계적 강화(2026년 28% → 2030년 50%)는 완성차 제조·수입사에 신규 차량 구성의 조정을 요구해 즉각적인 시장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부품 공급 측면은 수요 측 정책의 속도를 단기간에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적 특성을 갖는다. 부품산업의 전환은 설비투자와 인력 재배치, 기술 학습, 공급망 재편을 수반해 보통 5~10년 단위의 시간이 요구된다.
장기 전망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2050년에도 약 15만 대 규모의 잔존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추정된다. 내연기관 부품산업이 단기간에 완전히 사라지기보다 일정 규모로 축소·재편되는 경로를 따른다는 뜻이다. 따라서 수요 측 보급목표의 가속이 부품산업의 전환 속도를 넘어서면, 중간 단계에서 부품 공급의 단절이나 가격 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비대칭성을 고려하면 두 부처의 정책 타임라인은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시간적 정합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보급목표제 강화 일정과 산업통상부의 부품기업 전환 지원 일정이 동일한 시간축 위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보급목표제 미달성 시 부과되는 기여금이 부품기업 전환 지원과 연동되어 수요 측 정책 강화가 공급 측 부담으로만 전가되지 않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하이브리드차에 관한 두 부처의 다른 입장은 단기적으로 유지되더라도 중기 이후에는 장기 전환 경로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가 2030년 전후 피크를 이룬 뒤 축소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만큼, 두 부처는 하이브리드차의 단계적 축소 시점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