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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조업 M.AX와 가전산업의 혁신 전략
글로벌 빅테크가 주목하는 K-제조업과 M.AX
최근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의 연이은 방한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잠재력과 가치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6년 6월 초 한국을 찾은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on Huang)은 "한국은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 전문성이 뛰어나고 세계적인 제조 허브"라며, 피지컬 AI(Physical AI)와 로봇 기술로 한국의 제조산업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에 앞서 방한했던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Demis Hassabis) 역시 한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과 로봇공학 인프라를 높이 평가하며 "한국이 차세대 AI 시대의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처럼 글로벌 AI 경쟁의 핵심 전장은 가상공간을 넘어 현실 세계, 특히 '제조 현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피지컬 AI 모델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축적된 생생한 제조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와 우수한 제조 기업들을 보유한 대한민국은 고품질의 제조 데이터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 제조업 전반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고 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M.AX(Manufacturing AI Transformation, 제조 인공지능 전환)'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자 우리 산업의 새로운 성장 방정식이다.
M.AX 얼라이언스의 성과와 국민체감형 확산
이러한 거대한 전환을 속도감 있게 이끌기 위해 지난해 9월 출범한 'M.AX 얼라이언스'는 현재 11개 분과, 1,500여 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산·학·연 협력의 구심점으로 진화했다. 올해 2월에는 지역 제조 현장의 혁신을 뒷받침할 '산업단지 AX' 분과를 신설하며 성공적인 M.AX 확산을 위한 '베스트 일레븐' 체계를 완성했다. 정부 역시 올해 1조 1,000억 원 규모의 AX 예산을 투입하며 얼라이언스의 행보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2025년까지 누적 102개의 AI 팩토리가 보급되어 불량률 감소와 설비 예지보전 등 생산성 향상의 뚜렷한 성과를 증명해 냈으며, 올해 역시 100개의 신규 현장 보급을 추진 중이다.
M.AX는 반도체, 자동차 등 첨단 주력산업을 넘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영역으로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최근 대전 성심당의 튀김소보로 제조 공정에 AI와 로봇을 도입하여 고강도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생산성을 높인 '국민체감형 AI 팩토리 프로젝트'는 M.AX가 우리 일상 경제활동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성공 사례다.
가전산업의 위기와 M.AX를 통한 돌파구
이러한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의 역동적인 M.AX 확산 흐름 속에서 우리 가전산업 역시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고, 경쟁국 기업들의 매서운 추격이 이어지면서 K-가전의 대내외적 여건은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더욱이 다변화되는 소비자의 취향에 대응하기 위해 단일 라인에서 여러 모델을 교체하며 생산하는 '혼류생산'이 필수가 되면서, 기존의 전통적 방식만으로는 물류 지연과 품질 불안정 등 비효율의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워졌다.
글로벌 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국의 기술 추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현재 글로벌 제조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국의 경우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한 세계 혁신 제조의 상징인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 있는 하이얼(Haier) 등 중국의 대표 가전 기업들은 이미 가전 제조 공정 전반에 인공지능, 5G 통신, 빅데이터를 정밀하게 융합하여 실시간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자동 부품 공급 및 맞춤형 혼류생산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이러한 경쟁국의 선제적인 '스마트 인텔리전트 팩토리' 공세는 우리 K-가전의 강력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국내 가전산업 생태계는 글로벌 대기업의 높은 고도화 수준에 비해,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중견 협력사들의 AI 도입과 데이터 관리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하여 공급망 전반의 '제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부품 또는 벤더 단계에서의 병목 현상과 품질 편차는 결국 최종 완제품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정부와 가전업계는 '가전 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가전 제조 생태계 전반에 AI를 접목하여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새로운 도약의 길을 열기 위한 3대 핵심 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가전 M.AX 3대 과제: 공정 혁신부터 신뢰 확보까지
첫째, 제조 공정의 AI 전환을 통한 다품종 혼류 생산 혁신이다. 잦은 라인 변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가전산업 특화 제조AI 모델'을 개발한다. 이 모델은 무인운반차(AGV) 및 자율이동로봇(AMR)과 연계하여 AI가 생산과 물류 일정을 최적화한다. 광주, 창원 등 주요 가전 생산 거점의 14개 내외 핵심 협력사에 선도적으로 구축되며, 향후 40개사 이상의 중소·중견기업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이 과제는 단순히 공장에 하드웨어 로봇을 배치하는 단편적 자동화를 넘어, 숙련된 노하우를 알고리즘화하고 비전 AI 알고리즘을 공정 곳곳에 심어 불량률을 실시간으로 감지 제어하는 지능형 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한다. 가전 부품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조립 오차나 혼류 생산 시 발생하는 부품 오배송 문제를 AI가 스스로 인지하여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선도 모델 도입 기업에 맞춤형 공정 융합 컨설팅과 고도화 기술 인프라를 패키지로 전폭 지원하여, 가전 부품 공급망 전체의 생산 유연성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둘째, 혁신 제품 개발 및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지원이다. AI 가전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수적이나, 기업이 홀로 이를 구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AI 학습용 공공데이터' 로드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올 하반기 식자재 이미지와 음성 명령 말뭉치 등 3종의 데이터부터 시범 수집한다. 아울러 2026년 4월 착수한 AI 가전 범용 모듈(HW·SW·SDK) 개발과 7월 개소 예정인 'AI 가전 전 주기 지원센터'를 통해 중소기업의 AI 가전 제품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상용화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한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냉장고 내부 식자재 인식 데이터, 스마트홈 가전용 음성 명령 말뭉치, 로봇청소기의 실내 공간 인지 데이터 등 고부가가치 AI 학습 데이터셋을 공공의 영역에서 선제적으로 전처리하여 개방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또한 온디바이스 AI 구현을 위한 가전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 칩셋을 포함한 범용 하드웨어 모듈과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가 보급되면, 중소기업은 막대한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 없이도 고도화된 AI 기능을 탑재한 가전을 신속하게 시장에 출시할 수 있게 된다. 용산 전자제조지원센터 내에 들어설 'AI 가전 전 주기 지원센터'는 기술 고도화뿐 아니라 글로벌 테스트베드 환경을 제공하여 중소기업의 혁신 아이디어가 곧바로 글로벌 히트 상품으로 이어지도록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셋째,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KS 표준을 마련한다. AI 가전 시장의 급성장에 편승한 'AI 워싱(Washing)' 사례를 방지하고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국가기술표준원 주도로 AI 가전의 기술 등급과 기기 간 보안 등에 대한 KS 표준안을 연내에 신속히 마련할 방침이다. 표준을 충족한 우수 제품에 대해서는 정책 지원을 연계하여 K-AI 가전의 경쟁력과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새로 제정될 KS 표준안은 가전 제품이 환경을 인지하고 스스로 학습·추론하는 'AI 등급'을 명확히 정의하고, 스마트홈 생태계의 핵심인 기기 간 초연결 상호운용성과 사이버 보안 규격을 글로벌 기준에 맞춰 정립하게 된다. 표준을 충족하는 K-AI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시장 안착과 고부가가치 브랜드화를 강력히 견인할 예정이다.
도약의 길을 열며
가전 M.AX 전략의 성공적 안착이 가져올 미래 비전과 경제적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제조 공정 전반의 AI 대전환을 통해 국내 가전 제조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고비용 생산 구조를 타파하고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산업적 유인책이 될 것이다. 제품 측면에서는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한국산 AI 가전이 한 단계 더 도약하며 시장 초격차 지위를 공고히 다질 수 있다. 아울러 전통적인 가전 제조 공장이 'AI와 로봇이 융합된 친환경·하이테크 일터'로 탈바꿈함에 따라 청년층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대거 창출되는 한편, 가전산업 거점인 광주와 창원 등 지역 산단과 경제 전반에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불어넣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제조 데이터와 AI의 결합은 치열한 글로벌 초격차 경쟁에서 대한민국 산업의 선도적 지위 유지와 미래 경쟁력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다. M.AX 얼라이언스라는 든든한 산·학·연 협력 플랫폼을 발판 삼아 가전산업은 제조 공정의 혁신과 제품 자체의 지능화를 유기적으로 완성해 나가야 한다. K-가전이 선보일 AI 혁신이 우리 가전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이끄는 마중물이 되어 글로벌 주도권을 확고히 확립하기를 기대한다.
